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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수련회 공간: 청소년 수련원, 유스호스텔의 쓸쓸한 재개발지

by 김제빵 2025. 4. 20.

 여러분도 과거에 수련회를 다녀온 적 있으시죠?

 청소년들의 함성과 캠프파이어의 불빛으로 가득했던 수련회장은 이제 조용한 철조망 너머, 재개발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곳곳에 위치했던 청소년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은 교외 학습의 중심지였고, 지역 경제의 촉진자였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역할이 줄어들고, 일부는 아파트 단지나 상업지구로 바뀌며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수련회 공간의 역사와 쇠퇴 및 변화와 관련해 얘기해 봅니다.

 

사라진 수련회 공간: 청소년 수련원, 유스호스텔의 쓸쓸한 재개발지
사라진 수련회 공간: 청소년 수련원, 유스호스텔의 쓸쓸한 재개발지

 

수련의 시대, 청소년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의 전성기

① 1980~2000년대: ‘수련 활동’이 교과과정이던 시절
 1980년대 중반 이후, 전국의 중고등학교는 매년 봄과 가을에 수련회를 떠나는 것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체험학습, 협동 게임, 명상, 공동체 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던 청소년 수련원은 공교육의 외연을 확장하는 실험장이자, 또래 집단과의 관계를 맺는 공간이었습니다.


 유스호스텔 역시 저렴한 숙박과 간단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수학여행이나 동아리 활동의 숙소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한청소년협회, YMCA 등에서 운영한 전국의 유스호스텔들은 지역에 따라 체험형, 문화형, 생태형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교육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② 전국을 아우른 수련 시설의 확산
 1990년대 들어 교육부의 정책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로 인해, 각 시·도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의 공공 수련원이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인제, 충북 괴산, 전남 장성, 경북 문경 등은 산과 계곡을 끼고 있어 자연 체험형 수련장으로 유명했고, 경기도나 충청권 수련원은 수도권 학교들의 주요 목적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③ 지역 경제의 연결 고리
 수련활동은 청소년 교육을 넘어서 지역 소상공인과 농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을 식당, 농산물 체험장, 기념품 상점 등이 수련활동 일정에 맞춰 수입을 얻었고, 학생들의 방문이 곧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저도 최근 고향을 다녀오면서 유년시절 갔던 수련회가 다른 센터로 바뀐 걸 보았네요.

 

 

사라진 공간의 이유들: 왜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은 문을 닫았는가

① 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축소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저출산의 영향으로 전국 초중고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자연스럽게 수련회 대상자도 줄었습니다. 수련원은 일정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에, 빈번한 적자 운영에 시달렸고 폐쇄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② 교육 과정의 변화와 ‘안전’ 이슈
 과거에는 수련활동이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진로 체험’, ‘자유학년제’, ‘교내 활동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외부 숙박형 수련회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몇몇 안전 사고 이후, 학부모들의 우려와 학교 측의 책임 회피 경향으로 인해 야외 숙박형 프로그램은 더 이상 선호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③ 시설 노후화와 예산 부족
 많은 수련시설은 1980~90년대에 지어졌고, 그 후 대규모 보수 없이 운영되어 시설 노후화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낙후된 식당, 겨울철 난방 미비, 안전 미비 등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었고, 결국 운영 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산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하거나 리브랜딩을 시도한 경우도 있지만, 수익 구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④ 수익성 중심의 재개발 논리
 결정적으로, 수련원이 자리한 지역 대부분이 자연환경이 뛰어난 교외 또는 개발 잠재력이 큰 지역입니다.

 이들 부지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경우가 많았고, 부지 매각이나 민간 위탁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수련원이 있던 자리는 고급 전원주택지나 상업용 부지로 전환되었고, 과거의 흔적은 빠르게 지워졌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것들: 기억과 재생, 그리고 과제

① 재개발지로 바뀐 수련원들
 강원도 홍천의 한 청소년 수련원은 현재 대규모 휴양형 전원단지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매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지금은 ‘청정 자연’과 ‘힐링’을 앞세운 고급 부동산 광고만 남아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의 유스호스텔은 군사시설과의 거리 문제로 한동안 방치되다가 최근에는 민간 복합 커뮤니티 센터로 전환되었습니다.

 

② 방치된 채 시간에 묻힌 공간들
 하지만 모든 수련원이 재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행정 절차 미비, 개발 실패, 또는 주민 반발로 인해 수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운동장,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텅 빈 강당은 한때의 활기가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공간은 관리 부재와 범죄 위험 요소로 지역 주민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기고 있습니다.

 

③ 기록과 보존의 가능성
 현재 남아 있는 수련원 중 일부는 역사적 가치 또는 교육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지역 기록관이나 박물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전의 한 YMCA 유스호스텔은 당시 학생들의 수련일기와 사진, 물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기억을 보존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좋은 사례입니다.

 

④ 미래를 위한 공공공간 모델 고민
 지방소멸과 청소년 문화의 빈곤이 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수련원의 폐쇄는 단순한 ‘시설 종료’가 아니라 사회적 기반이 무너지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공체험공간, 다세대 세대 간 프로그램 운영지로의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단지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의 사회적 의미를 계승하고 확장하는 설계가 시급합니다.

 

 

 요즘 태어나는 친구들은 수련회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을 것 같네요.

 사라진 수련회 공간은 단순히 ‘옛날의 유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교육 철학과 공동체 문화,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을 상징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청소년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의 자취는 이제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지만,,

 그 공간에서 자라난 수많은 경험과 기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이 공간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살려내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지요. 다음 세대가 그 공간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공간으로 의미를 줄지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