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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잊힌 섬들: 비행노선에서 밀려난 작은 낙원

by 김제빵 2025. 4. 23.

 동남아시아는 오랫동안 전 세계 배낭여행자와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온 지역입니다. 발리, 푸껫, 보라카이 같은 섬들은 이름만 들어도 눈앞에 파란 바다와 해변이 펼쳐질 정도로 상징적인 여행지가 되었죠.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서, 한때 사람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점점 잊혀가는 작은 섬들이 존재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비행노선과 관광개발에서 밀려난 동남아의 ‘잊힌 섬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왜 잊혀졌고,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섬들이 지닌 진정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남아의 잊힌 섬들: 비행노선에서 밀려난 작은 낙원
동남아의 잊힌 섬들: 비행노선에서 밀려난 작은 낙원

 

지도에서 사라지진 않았지만, 관광 루트에서 밀려난 섬들

① 관광 트렌드가 만든 ‘선택받은 섬’과 ‘버려진 섬’

 동남아에는 수천 개의 섬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단 몇 곳만이 국제선 항공편이나 대형 리조트,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개발 시기를 놓친 섬들은 점점 관광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의 꼬롱은 한때 ‘다음 보라카이’로 불리며 급격한 개발 붐을 맞았지만, 이후 행정 혼선과 환경 훼손 논란으로 개발이 지연되며 오히려 인근의 꼬롱살로엠 같은 조용한 섬들에 관광 수요가 흡수되었습니다. 이처럼 섬 간의 미묘한 개발 타이밍과 국제선의 노선 확장은 특정 섬들을 일약 스타로 만들기도, 조용히 잊히게 만들기도 합니다.

 

② ‘배편의 종착지’에서 ‘더 이상 가지 않는 섬’으로

 과거에는 지역 간 항로가 매우 중요한 교통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가 항공의 발달과 고속도로 및 철도 인프라의 확장으로 인해, 작은 섬을 연결하던 배편이 줄어들거나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몇몇 섬들은 물리적 고립 상태에 가까워졌고, 방문 자체가 도전적인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콘다오 군도는 전쟁 당시에는 감옥이 있었던 섬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이후에는 생태관광과 역사 관광지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항공편이 제한적이고, 날씨에 따라 배편이 자주 결항되기 때문에 관광 흐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 속에 고여버린 섬들의 오늘, 그리고 그 고요한 아름다움

① 리조트와 휴양지는 떠났지만, 마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잊혀진 섬들의 가장 큰 특징은 ‘관광객은 사라졌지만 주민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길리 군도 중에서도 특히 길리 아에르와 길리 메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의 장기 체류지로 유명했지만, 최근 몇 년간 방문자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한때 카페와 요가 스튜디오로 북적이던 해변 거리는 한산해졌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어부의 집, 작은 모스크,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삶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관광산업은 일시적이지만, 지역 사회는 계속 존재합니다. 잊힌 섬들의 조용한 매력은 관광객이 만든 흥청거림이 아닌, 그들이 떠난 후 남겨진 ‘진짜 삶의 리듬’에 있습니다.

 

② 자연이 회복한 섬의 풍경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든 섬들은 예상 외로 자연 생태가 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개발이 중단된 해안선에서는 산호가 회복되고, 해변에는 쓰레기 대신 게와 조개들이 돌아왔습니다. 필리핀의 시아르가오 인근의 작은 섬들 중 일부는 보라카이 폐쇄 이후 대체지로 각광받았으나, 그 열풍이 식은 지금은 다시 고요한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관광에서 잊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회복이기도 합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작은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 투어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로 주목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바라봐야 할 잊힌 섬들, 그리고 여행의 방향성

① 대규모 개발보다 느린 여행이 어울리는 곳

 잊혀진 섬들이 가진 매력은 조용함과 느림에 있습니다. 이는 빠르고 효율적인 현대 여행과는 반대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섬들을 향한 여행은 ‘도착’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방식이어야 하며, 섬의 시간에 맞춰 속도를 늦춰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오스의 4,000개 섬 지역은 지금도 육로와 배편을 조합해야만 접근이 가능하고, 큰 호텔이나 리조트보다는 방갈로 스타일의 숙소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치는 메콩강의 노을, 다리를 건너는 소년들, 자전거 여행자들의 모습은 빠른 여행에서 놓치기 쉬운 장면입니다.

 

② ‘버려진 곳’이 아닌 ‘남겨진 가치’

 잊혀진 섬이라고 해서 반드시 ‘실패한 관광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상업화되지 않은 모습 덕분에 더욱 순수한 자연과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런 섬들이 새로운 목적지가 되기도 합니다.

 캄보디아 꼬뜨레 같은 섬은 일부러 대형 개발을 유치하지 않고, 생태 로지 한두 개만을 운영하며 섬 전체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이 반드시 개발과 번영만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자연을 유지한 채로도 충분히 지속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③ 여행의 시선 전환: 핫플보다 잊혀진 장소로

 이제는 ‘어디까지 가봤느냐’보다 ‘어디를 천천히 바라봤느냐’가 여행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잊혀진 동남아의 섬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그 안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자신을 드러냅니다. 여행은 소비가 아닌 감상의 행위일 때, 그런 섬들은 비로소 진정한 낙원이 됩니다.

 

 

 

 동남아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 단 몇 곳만이 오늘도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섬들이 존재합니다. 이 섬들은 낡았지만 고요하고, 작지만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떠들썩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느리고 조용한 섬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며,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