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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무인 리조트: 섬 전체가 방치된 과거의 낙원

by 김제빵 2025. 4. 27.

 과거,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 불리던 남태평양의 섬들.

 코발트빛 바다와 백사장, 해먹이 걸린 야자수 아래의 느린 오후는 광고와 여행 잡지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20세기 후반 이 지역은 고급 리조트 산업의 꿈의 무대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섬들 중 일부는 관광객도, 직원도, 투자자도 사라진 채 바람과 조류만이 드나드는 무인 리조트로 남아 있습니다.

 남태평양의 몇몇 섬들은 자연재해, 코로나 팬데믹, 경영 실패 등 여러 이유로 개발이 멈추고, 리조트는 문을 닫았으며, 때로는 섬 전체가 버려진 상태로 남겨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렇게 잊힌 낙원, 무인 리조트가 된 남태평양의 섬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태평양의 무인 리조트: 섬 전체가 방치된 과거의 낙원
남태평양의 무인 리조트: 섬 전체가 방치된 과거의 낙원

 

고립된 천국: 방치된 섬 리조트의 흔적들

피지의 ‘나누쿠 리조트’ 프로젝트

 2000년대 중반 피지 군도의 외곽에 있는 나누쿠 이슬랜드는 세계적인 럭셔리 개발사의 리조트 건설 대상이었습니다. 개발사는 50채가 넘는 개인 별장형 빌라와 전용 활주로, 해상 수상 택시 시스템까지 갖춘 ‘지속 가능한 섬 리조트’를 표방했죠.

 

 하지만 토지 소유권 분쟁과 금융 위기, 그리고 이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공사가 절반에서 멈추었고, 결국 투자사는 철수했습니다. 지금 나누쿠 섬은 반쯤 세워진 콘크리트 구조물과 버려진 부두만 남은 채, 섬 전체가 거대한 유령 리조트로 남아 있습니다. 위성 사진으로는 여전히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이 보이지만, 현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누아투의 투라히 섬: 사라진 스파 파라다이스

 바누아투의 작은 섬 투라히는 1990년대 후반, 일본 자본이 주도한 고급 스파 리조트 개발지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전통 문화 기반 스파 휴양지’를 표방했지만, 개발사의 재정 문제와 현지 정부와의 불화로 인해 5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몇 개 동의 방갈로와 야외 스파 시설, 일부 건축 자재가 해안가에 방치된 채, 지금은 잡초와 조류의 서식지로 변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섬을 “한때의 외화 벌이 수단”으로 기억하지만, 이제는 관광지도, 지도에도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섬 전체가 사라진 ‘투자 실패’의 사례들

‘전용 섬’의 로망이 남긴 그림자

 남태평양에서는 하나의 섬 전체를 리조트로 전용하는 ‘프라이빗 아일랜드’ 사업 모델이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화배우나 억만장자들이 소유한 섬에서의 체험을 일반 여행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죠. 이 모델은 특히 피지, 통가, 사모아에서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습니다. 지속 불가능한 관리비용, 자연재해 대비 미비, 낙후된 해상운송 인프라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또한 섬 주민들과의 계약 문제나 환경 파괴 논란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고, 섬 전체를 포기한 개발사들이 속출했습니다.

 

 특히 통가의 니우아포오우 군도에 있었던 한 리조트는 홍보와 실제 환경이 전혀 달랐다는 이유로 운영 초기부터 불만이 제기되었고, 결국 몇 년 만에 폐쇄되었습니다. 이후로는 섬 전체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인 리조트가 된 섬의 현재

 오늘날 이런 무인 리조트 섬들은 법적, 환경적,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건축 자재와 폐기물은 그대로 남아 있고, 방치된 전력 설비는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런 구조물에 금세 부식을 일으키며, 안전사고의 위험도 큽니다.

 일부 섬은 정기 점검조차 이루어지지 않으며, 위성 지도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섬은 지역 어부나 탐험가의 영상에 우연히 등장할 뿐,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낙원의 유산: 개발과 방치의 딜레마

 버려진 섬이 말하는 관광의 방향성

 이런 사례들은 단순한 투자 실패나 지역경제의 몰락이라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관광 개발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섬의 생태와 공동체를 배제한 리조트 모델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한때의 낙원이었던 섬들이 지금은 거대한 경고판처럼 남아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역사회와의 합의 없는 외부 자본 중심의 리조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섬이라는 물리적 고립성은 위기 대응에 치명적인 한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철수한 뒤에도 섬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섬은 더 이상 ‘관광 자산’이 아니라, 복구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폐기된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죠.

 

자연과 공존하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

 이제 남태평양의 관광은 보다 느리고, 작고, 관계 중심적인 방식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섬에서는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민박이나 소규모 생태 투어가 호평을 받고 있으며, ‘리조트’보다는 ‘경험’에 집중하는 흐름도 보이고 있습니다.

 폐허가 된 섬이 다시 관광지로 부활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 대신 버려진 낙원들이 말해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섬은 땅이 아니라 삶의 단위이며, 관광은 산업이기 전에 공존의 기술이어야 합니다.

 

 

 남태평양의 무인 리조트들은 지금도 해류 위에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여행지로 소개되던 사진은 이제 인터넷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 섬들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버려진 방갈로와 녹슨 제너레이터, 잡초가 무성한 해변은 여전히 ‘낙원이 무엇이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광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을 때, 다음 여행지를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버려진 리조트 섬은 실패한 환상이지만, 동시에 더 나은 미래 관광을 위한 기억의 지점이기도 하죠. 남태평양의 고요한 섬들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잊지 않는 시선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