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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절, 그 너머의 고요: 관광지가 아닌 종교 유산의 본래 자리로 가끔 부모님 따라 절에 방문하곤 합니다. 절이나 성당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신앙과 공동체의 삶을 품어온 공간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종교 유적들이 인스타그램 속 배경이나 드라마 촬영지로 소비되면서, 그 본래의 정체성과 기능은 점점 흐려지기도 할 때가 있죠. 이번 글에서는 관광지로 소비되기 이전, 종교 유산의 원래 의미와 그 공간이 지닌 고요함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화려함 너머의 고요를 이해하고, 진정한 의미로서의 종교 유산을 다시 바라보고자 합니다. 종교 건축물, 신앙의 공간에서 ‘명소’로 바뀌기까지① 관람객을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 성역 성당과 절은 그 본질적으로 ‘기도’와 ‘명상’의 공간입니다. 성당의 고딕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사찰의 단청과 대웅전은 단순한 건.. 2025. 4. 20.
사라진 수련회 공간: 청소년 수련원, 유스호스텔의 쓸쓸한 재개발지 여러분도 과거에 수련회를 다녀온 적 있으시죠? 청소년들의 함성과 캠프파이어의 불빛으로 가득했던 수련회장은 이제 조용한 철조망 너머, 재개발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곳곳에 위치했던 청소년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은 교외 학습의 중심지였고, 지역 경제의 촉진자였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역할이 줄어들고, 일부는 아파트 단지나 상업지구로 바뀌며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수련회 공간의 역사와 쇠퇴 및 변화와 관련해 얘기해 봅니다. 수련의 시대, 청소년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의 전성기① 1980~2000년대: ‘수련 활동’이 교과과정이던 시절 1980년대 중반 이후, 전국의 중고등학교는 매년 봄과 가을에 수련회를 떠나.. 2025. 4. 20.
벽화마을 그 후: 인스타 명소의 끝과 일상의 회귀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 벽화마을은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관광지로 떠오르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그림이 담긴 벽들은 점차 일상의 흔적에 묻혀가고, 마을은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벽화마을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 후 어떻게 일상이 회복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벽화마을의 시작, 그리고 인스타그램 시대① 벽화마을의 탄생 벽화마을은 원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벽화나 그림을 그려넣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 특히 2010년대 초반부터 벽화마을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마을은 보통 낙후된 지역이나 쇠퇴한 동네에서 시.. 2025. 4. 20.
골프장이 남긴 마을: 리조트 붐이 지나간 자리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는 ‘골프장 리조트 붐’이 일었습니다. 당시엔 외국 골프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수많은 골프장이 산과 들을 깎고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그 붐은 오래가지 못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골프장 인근 마을은 개발의 후폭풍 속에 조용히 사라지거나, 유지비조차 감당 못한 채 방치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때 지역의 미래로 불렸던 골프장 중심 마을들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따라가 확인해 보려 합니다. 골프장은 어떻게 마을을 바꾸었는가- 리조트 조성과 마을 해체 1990년대 중반부터 강원, 충청, 전남 일대를 중심으로 골프장과 연계된 리조트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과 숙박, 관광, 회.. 2025. 4. 19.
방치된 유산: 관광지로 개발되려다 멈춘 근현대 유적지들 과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지역의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았던 근현대 유적지들이, 이제는 덩그러니 남아 잡초와 녹슨 철문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관광지로 개발되다 중단된 근현대 유산'에 초점을 맞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어떤 장소들이 현재 그런 운명에 놓여 있는지가 궁금해서 오늘 글을 작성해 보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그중에서도낡았지만 가치 있는 공간들, 그 사이에 놓인 우리 사회의 기억과 과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발에 실패한 근현대 유산, 어디서부터 어긋났나1. 지자체 주도의 단기성 개발 전략 많은 근현대 유적지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문화재+관광’이라는 방식으로 재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유적지나 산업화 시기의 공장, 철도 .. 2025. 4. 19.
시장에서 삶을 팔던 골목: 문을 닫은 전통 5일장의 마지막 흔적 한때는 ‘장날’이 곧 ‘동네의 축제일’이었습니다. 달력보다 장날을 먼저 기억하고, 사람보다 물건보다 먼저 그 시끌벅적한 소리를 떠올리던 시절. 하지만 지금, 전국 곳곳에서 5일장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지역도 5일장이 열리곤 하나, 예전보다 조용함이 물씬 느껴지는 안타까움에.. 오늘 글에서는 전통 5일장이 걸어온 역사와 현재, 그리고 문을 닫은 장터의 풍경과 그 의미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5일장, 한국의 삶을 담았던 장터① 자연스럽게 시작된 민속 경제 5일장은 이름 그대로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터입니다. 조선 후기부터 농촌과 산간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 장터는, 지역 경제의 핵심이자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채소, 생선, 곡물 같은 생활필수품부터 의복, 농기구, 약.. 2025. 4. 19.